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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교황 선출 기념 미사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강론(2020년 3월 18일, 주교회의 경당)

작성자
궁동성당
작성일
2020-03-18 22:29
조회
25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기념 경축 미사



-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강론-


2020년 3월 18일 18:00


주교회의 경당


+ 찬미 예수님
오늘 우리는 지난 2013년 3월 13일 가톨릭 교회의 으뜸 사목자로 취임하신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마음으로부터 축하드리고 또 무엇보다도 훌륭한 새 지도자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사상과 이념으로 분열된 서유럽과 동유럽의 정치 지형을 그리스도교적인 가치로 통합을 유도하셨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자칫 신앙과 교리가 별개의 문제인 것처럼 혼동할 수 있는 시대의 분위기에서 신앙과 교리의 정통성을 확립하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을 비롯하여 우리 시대에 참으로 필요하고도 현실적인 최고의 사목자를 우리 교회에 보내 주신 것은 분명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성령의 역사하심이었다고 생각하며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가난한 이들의 성자인 아시시의 성(聖) 프란치스코의 길을 따르겠다며 그 이름을 선택하신 각오대로 부의 편중을 성토하고, 교회 안팎의 권력자와 신자들의 위선을 앞장서 비판하시면서 당신 몸소 철저하게 청빈과 겸손의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고 계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 그리스도인들뿐만 아니라 종교와 이념과 사상의 벽을 초월하여 인류의 스승으로서 혼란의 시대에 등대가 되어 앞서가고 계십니다. 제가 우리나라에서도 종교 간 대화를 진행하면서 각 종단 수장들도 한결같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 칭송할 때 참으로 자랑스러웠습니다. 교황 사도궁전을 떠나, 일반 성직자 여행객들이나 성청 근무 성직자들이 사용하는 성녀 마르타의 집으로 개인 숙소를 옮기시는 등 일거수일투족 청빈과 검소의 삶을 실천하고 계십니다.



몇 해 전에 광주대교구 사제들과 로마 성지 순례 기간 동안 성녀 마르타 숙소에서 며칠 동안 묵은 바 있었습니다. 어느 날 우리 신부들이 아침 식사를 하면서 빵이 부족하자 가까이 있는 식탁에서 빵 몇 조각을 가져와 식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아침 미사를 마치시고 들어오셔서 우리가 빵을 가져온 그 식탁에서 식사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교황님의 식탁도 특별하지 않았고 그 식탁에 놓인 빵과 다른 먹거리도 우리 식탁과 온전히 똑같았기 때문에 그 식탁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식탁인지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와 전혀 차이를 두지 않고 신앙 공동체의 온전히 한 가족의 맏형이면서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함께하시고자 합니다.



오늘 미사의 독서와 복음 말씀은 이러한 교황님의 소임을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독서의 이사야서 말씀은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는 우리들의 사명이 무엇인지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 하느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소명을 밝혔습니다. 이제 그가 할 일은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여 …… 주님의 은혜의 해, 우리 하느님의 응보의 날을 선포하고, 슬퍼하는 이들을 모두 위로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루카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어느 날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자의 두루마리가 당신께 건네지자 두루마리를 펴시고 조금 전에 들으신 이사야서의 내용을 읽으신 후에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예수님 당신이 바로 이 예언의 주인공이며 이 예언의 말씀이 예수님 당신을 통해 충만히 이루어졌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오늘날에도 우리 각자의 사제직을 통해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이 말씀으로 우선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 바로 우리 목자들이 실천해야 할 사명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뿐만 아니라 어떠한 의미로든지 우리 사회에서 불행하고 소외된 이들이 삶의 의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희망을 심는 것도 우리 목자들의 사명입니다.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이 부서지고 절망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애쓰는 사목적 배려와, 불의와 부당함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이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하는 것 또한 목자들의 사명 중 하나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고 제자들에게 물으셨습니다. 제자들은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이나 엘리야나, 예레미야나 혹은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엘리야는 하느님의 귄리가 침해를 받을 때, 정의와 힘없는 자들의 재산을 옹호하기 위해 불같이 일어났던 예언자였습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권력가들과 군중들의 대세에 따르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그대로 선포하는 “말씀의 고독한 예언자”였습니다. 세례자 요한 역시 광야에서 수행한 고행과 단식, 그리고 헤로데의 불의한 행위를 용감하게 꾸짖는 모습으로 엘리야가 다시 살아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많은 백성들은 권력가들과 지배자들의 횡포와 착취에 호소할 길 없어 엘리야나 세례자 요한과 같은 메시아가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엘리야나 예레미야, 또는 세례자 요한의 모든 역할을 포함하면서도 정치적 압박에서 해방시켜 줄 독립투사 같은 인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는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말씀은 달리 예수님이 우리와 늘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시며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해 주실 구세주이시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믿음을 가지고 주님과 일치한다면 그분을 만질 수는 없으나 만지는 것보다 더 가까이 계시고, 육체의 눈으로 볼 수는 없으나 우리 마음의 눈으로 더 뚜렷이 볼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삶의 온 영역을 다 보살피시고 걱정해 주시는 살아 계신 하느님을 믿습니다. 마르코복음 1장 1절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의 시작”이라는 표현으로 시작된 베드로 사도의 이 고백은 우리 신앙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늘 함께 계셔서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세어 두실 정도로 보살펴 주시는 살아 계신 하느님이시며,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해 주실 메시아, 곧 구세주이심을 밝히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길로 우리를 이끌어 주고 계십니다. 우리 모든 주교님들은 사도들의 으뜸이셨던 베드로 사도의 265번째 후계자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맏형님으로 모시고 사도단에 동참하고 있음을 대단히 큰 행복으로 생각하며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베드로 사도를 사도단의 으뜸으로 뽑아 주신 주 예수님, 로마의 주교 프란치스코를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 선택하도록 이끌어 주신 성령께 감사드리며, 그에게 영육 간 건강에 필요한 은혜를 베푸시어 주님께서 맡겨 주신 사명을 주님 뜻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소서. 아멘.



제1독서: 이사야서 61, 1-3 ㄹ (『미사 독서 III』, 640-641면)



1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 하느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2 주님의 은혜의 해, 우리 하느님의 응보의 날을 선포하고 슬퍼하는 이들을 모두 위로하게 하셨다. 3 시온에서 슬퍼하는 이들에게 재 대신 화관을 슬픔 대신 기쁨의 기름을 맥 풀린 넋 대신 축제의 옷을 주게 하셨다.



복음: 마태 16,13-19 (『미사 독서 III』, 659-660면)



베드로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다(마르 8,27-30; 루카 9,18-21)
13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14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 15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16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7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18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19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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