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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보건법 제14조 폐지 국회 청원서

작성자
궁동성당
작성일
2020-05-21 14:53
조회
19

2000년 12월 27일 한국 주교회의는 사실상 낙태를 조장하는 악법으로 비난받아 온 모자보건법 제14조의 폐지 청원서를 서명자 1,231,081명의 명부와 함께 국회에 전달하였다.


請 願 書


請願人
박정일(朴正一) 외 19인
(청원인 명단 별첨)



청원인들은 한국 천주교회의 각 교구 주교들로서 2000년 3월 14일부터 9월 27일까지 전개한 바 있는 모자보건법 제14조(낙태의 허용 범위)의 폐지를 위한 서명 운동에 참여하여 주신 우리 교회 안팎의 123만 서명자들의 뜻을 모아 다음과 같이 청원합니다.


請願의 要旨
현행 모자보건법 중 제14조(낙태의 허용 범위)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 보장에 대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형법 제269-270조 낙태죄의 규범적 효력을 잃게 하고 무분별한 낙태를 조장하여 낙태 일반화, 생명 경시 풍조와 성윤리 문란의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에 모자보건법 중 제14조의 폐지를 청원합니다.


請願의 理由
지난 1973년 2월 8일 유신 체제하의 비상 국무회의에서 제정되고 국회에서 수 차례 개정된 모자보건법 독소 조항(제14조)에 대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그 법의 부당성을 천명하여 왔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모자보건법 시행령(제15조)에서 낙태의 허용 한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낙태를 더욱 정당화하였습니다. 한펀 모자보건법 제14조를 모태로 한 형법개정안 제135조(낙태의 허용 범위)가 1992년 4월 18일 입법 예고되고 국회에 상정되었을 때에 그 조항의 삭제를 위하여 천주교회는 100만인 서명 운동을 실시하여 1992년10월에 105만 서명자의 명부와 함께 청원서를 제출하여 동 조항이 삭제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자보건법은 그대로 존치되어 있습니다. 희망한 새 천년이 밝아 왔음에도 우리 나라에서는 매일 4000여 태아들이 불법적이고 탈법적으로 희생되고 있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 앞에 한국 천주교회는 2000년 3월 14일 전국적으로 모자보건법 제14조의 폐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운동에는 교회 안팎의 많은 선의의 사람들이 참여하였던 바, 이 운동을 전개한 우리 교희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낙태는 자연법을 거스르는 살인 행위입니다.


낙태는 모든 법의 원천언 하느님법과 자연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살인 행위입니다. 인간 생명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므로, 태아의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는 창조 질서를 근본적으로 배척하는 죄악이요 자연을 거스르는 죄이며 우리 형법 제269-270조에 반하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임신되는 순간부터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로서 그 존엄한 생명권은 불가침의 인간 기본권이며 마땅히 보호되어야 합니다.
태아의 생명이 보호받아야 함은 개인의 내면적 윤리 문제만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사회 정의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인류 가족 중에 가장 약하고 스스로 호소할 수조차 없는 태아의 생명을 파괴하는 낙태 행위는 국가 법체계의 최고 규범인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기본권 조항 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례에서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회임된 태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그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는지 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함이 헌법 아래에서 국민 일반이 지니는 건전한 도의적 감정과 합치되는 바이다’(1985. 6. 11. 84도, 33권 2집 , 협497〈500〉)라고 확인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 살인 행위는 그 태아의 친부모나 친지에 의하여 자행되며 생명을 보호하고 병을 치료해야 하는 의사들에 의해 시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생명이 극히 위태한 경우의 간접 낙태 이외에는 어떠한 경우도 임신 개월 수에 관계없이 낙태가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부터 더없이 존중하겠노라.”고 의료인들이 명예를 걸고 서약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이 정신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2. 낙태는 인명 경시 풍조의 근원입니다.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는 경제학적 인구학적 질서에 끼치는 어떠한 손실보다도 언제나 사회 공동선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칩니다. 낙태는 가장 기본적인 윤리 가치를 파괴하는 근원적인 사회 문제로서 더욱 흉포화하는 폭력, 강절도, 인신 매매 등 인명 경시 풍조의 원인일 뿐 아니라 사회에 생명 윤리 부재를 가속화시키는 가장 보편화된 범죄입니다.
우리 형법에서도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고(제269-270조) 낙태가 가족 계획 수단으로 용인될 수 없음(1965. 11. 23, 대법 65도 876)에도 불구하고, 1962년 정부 인구 정책 이후, 특히 1973년 유신 체제하에서 국민의 여론 수렴 없이 비상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소위 ‘모자보건법’ 이후 이러한 범죄는 급격히 증가하였습니다. 통계적 추정에 따르면 우리 나라에서 자행되는 낙태 건수는 매년 정상 출산의 2배가 넘는 150만여 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인구 비례로 볼 때 미국의 6배에 해당하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높은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모자보건법 낙태허용조항의 범위에 해당되는 낙태는 1984년 7.3%, 1988년 8%에 불과할 뿐이고 그 밖의 90% 이상이 임의〔非事由〕 낙태임에도 불구하고 법에 의하여 기소되거나 처벌된 건수는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남편 있는 임신 가능한 부인 중에 1회 이상 낙태한 사람은 1964년 7%에서 매년 증가, 1991년에는 54%로 나타나고 있고, 미혼 여성의 인공 유산도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한 유산이 전체 유산의 32.9%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가히 무제한적이고 자유로운 세계 제1의 ‘낙태 왕국’이란 소리를 들을 만합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가족 계획 사업이란 미명 아래 이 범죄를 방조 또는 조장했으며 낙태 금지 법령을 거의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낙태를 공공연하게 용인한 것으로 인식시켰기 때문입니다.


3. 다수가 원한다고 생명을 해치는 낙태가 허용되는 것은 잘못입니다.


문화란 그 시대 인간화의 척도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전통 생명의 문화 자리에 죽음의 문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임신되는 순간부터 부모가 자녀를 인지하고 태어나면 이미 한 살로 여겼던 생명 의식이 이제는 태중의 자녀를 살해하는 낙태를 보편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국민 중의 70~80%가 낙태는 부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크게 문제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낙태를 한 실제 이유를 볼 때 미혼의 경우에는 혼전 임신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62.1%, 본인의 장래 계획의 지장이 31.8%이었으며, 기혼의 경우에는 단산이 35.8%, 건강상의 이유가 19.4%, 경제 형편이 16.9%, 터울 조절이 159%, 남편과의 관계 악화가 3.5%, 딸 같아서가 3.0%(한국 형사정책연구원 조사, 1991)로 나타나 있습니다. 또한 낙태를 전면(11.2%), 부분(58.4%)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그 이유를 보면, 상황에 따라 필요(27.7%), 가족 계획(13.7%), 원치 않은 자식은 불행(13.2%), 미혼모 문제 방지(58%). 각자의 의사에 맡겨야(5.7%), 생활 능력 없을 때 (4.7%) , 기타(12.4%), 강간 임신 방지(1.6%), 모체 보호(24%), 태아가 기형아일 때(2.3%)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동아일보, 동서조사연구소 조사, 1992. 4 28.). 이처럼 태아의 생명보다도 자신의 이기심, 체면, 경제 등이 더 중요시되고 자신의 낙태를 합리화하려는 심리가 지배적인 것이 여론조사의 결과입니다. 이 얼마나 비윤리적이고 부당한 동기들입니까? 이러한 비윤리적이고 부당한 동기에서 인공 유산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그 근본이 잘못되었습니다. 법의 역할은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있지 않고, 정의와 질서를 보호하고 공동선을 추구하며 잘못된 행위를 개선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모자보건을 위해서는 올바른 가족 계획을 적극 펼침은 물론이고 체계적인 청소년 성윤리 교육, 미혼모 보호 대책과 입양, 의료인의 생명 윤리 수호 의지의 강화와 적절한 의료 수가 현실화 등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이 요망되고 있습니다.


4. 모자보건법 제14조(낙태의 허용 범위)는 낙태를 일반화하였습니다.


모자보건법은 산모나 태아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일종의 ‘가족 계획법’ 이고, 그 가족 계획 사업의 핵심은 태아 살해(낙태)를 정당화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즉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사유가 있을 때, 전염성 질환이 있을 때, 강간임신이나 혈족 또는 인척 간의 임신일 때, 그리고 산모의 건강상의 사유가 있을 때, 의사는 본인과 배우자(사실상 흔인 관계에 있는 자포함)의 동의를 얻어 임신 후 28주 내에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모자보건법 제14조 ①항, 동법 시행령 제15조 ①항).
위의 다섯 가지 정당화 사유는 그 자체가 이미 상당한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법은 규정이 정확하고 한계가 분명해야 하는데 현행 모자보건법 규정은 의사가 얼마든지 합법적 낙태를 위장할 수 있을 만큼 사유가 광범위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실 강간임신, 우생학적 문제가 있다고 의심되는 임신 등 나름대로 고통스러운 현실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낙태가 적극적인 해결책일 수는 없으며 , 태어난 사람의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이나 인격권 때문에 태어날 사람의 근원적인 생명을 외면한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그리고 우생학적 유전학적 이유로 낙태를 허용한다면 육체적 생명의 질을 위해서 생명 자체를 희생시키는 결과가 되며, 의사의 오판에 의한 정상 태아의 살해는 물론 성감별에 의한 무차별 여아 낙태 행위를 더욱 부채질하고 말 것입니다.
모자보건법에는 외면상 낙태 정당화 사유를 정하고 있으나 법 내용에 있어서는 절차 규정과 처벌 규정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비록 낙태가 모자보건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객관적 절차가 없고 따라서 위법적 낙태 시술을 하는 사람에게 처벌하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현행볍에는 시술 사유의 존재를 확인하는 의사와 낙태를 시술하는 의사가 제도적으로 분리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를 확인하는 의사와 시술의를 분리시키지 않아 얼마든지 의사와 낙태를 원하는 사람틀 사이의 담합(談合)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러므로 모자보건법 동 조항은 낙태 자유화와 형법의 금지규정을 사문화하는 ‘합법적 태아 살인법’으로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이상과 같이 모자보건법 제14조의 폐지 촉구 이유를 간략하게 제시하면서 종교인은 물론이고 정치인, 교육인, 의료인, 법조인 모두가 오늘날 우리의 싱각한 낙태 현실을 극복하고 생명 윤리의 회복과 인간 생명 존중의 새 문화 창조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에 뜻을 같이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모자보건법 제14조(낙태의 허용 범위) 폐지와 낙태죄 처벌을 강화하여 헌법 제10조와 형법 제269-270조 정선을 다시 찾으려는 일에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인명 존중과 생명 윤리 회복에 힘써 노력하는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풍성히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2000년 9월 28일



請願人
박정일 윤공희 정진석 이문희
최창무 나길모 경갑룡 김창렬
정병조 이병호 박석회 김지석
장 익 최덕기 장봉훈 이기헌
최기산 김옥균 강우일 이동호



〈모자보건법 제14조 폐지 청원 1,231,081명 서명자 명부 별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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